감정평가사 전문가 칼럼

감정평가사 수습이 겪는 야근과 평가서 작성의 현실

  • 분류 : 기타
  • 작성자 : A평가사(app****)
  • 등록일 : 2026-06-10 13:48:14
    • 첨부파일: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감정평가사 수습 시절, 무리한 배정과 제주도 현장조사에서 배운 것

감정평가사 수습 과정에서는 다양한 물건을 경험하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업무량과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수습감정평가사 시절 제주도 현장조사와 급한 감정평가서 작성 과정에서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감정평가사 현업에서 필요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입사하고 한 달 즈음 됐을 때였습니다.

한 이사님께서 저를 찾으셨습니다.

제주도 물건이 들어왔는데, 현장이 2개이고 정말 급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장 내일 제주도에 갈 수 있냐는 것이었어요.


저는 호기롭게 가능하다고 했지요.

돌이켜보건대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 저는 추가적으로 평가서를 처리할 여력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출을 옥죄던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대출이 우르르 이루어지던 시기였고, 그 당시에는 소속평가사, 수습평가사, 그리고 직원들 모두 다 배정을 서너 개씩 들고 있으면서 매일 야근을 하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일을 배워나가는 수습이라서 배정을 한 번 걸러 한 번 받고 있었는데도 제때 처리하지 못해서 일이 적체되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에는 괜히 무리해서 배정받아 발송에 차질이 생기는 것보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일을 건너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화를 불렀습니다.


제주도 현장조사를 준비하던 밤

수습 시절 야근을 많이 했었지만, 그때가 가장 늦은 시간까지 야근했던 일주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작성하고 있었던 평가서 중에서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마무리하고, 미룰 수 있는 것은 미루고, 제주도 현장조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출발하는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현장 2개 중 어디를 먼저 갈지, 무엇으로 이동할지를 체크했습니다.

2개 사이트의 공부 서류를 다 떼고, 근처에 있는 평가사례와 거래사례들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잠시 눈을 붙였다가 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공항으로 가서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제주도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택시 기사님께 해당 동네의 입지, 관광객들의 동선 같은 걸 물어보면서 조금씩 감정평가사가 되어간다고 실감하기도 했구요.

돌아가는 비행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두 번째 사이트의 현장 관리인 분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었습니다.


관리인분은 늦게까지 일하시고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왔냐며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요.

제주도에서의 에피소드까지 다 다루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이 부분은 생략하겠습니다.



△ 두 번째 현장은 해안도로가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급한 감정평가서 작성과 이사님의 피드백

새벽 비행기를 탔고 또 제주도에서도 서둘러 움직인 덕분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회사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사님이 빨리 평가서를 보여달라고 독촉하셔서 전날 자정 넘어서까지 작성한 초안을 보여 드렸는데, 결과물에 실망을 하시더라구요.

다음날까지 평가서가 나가야 하는데 이 정도밖에 못했냐며 크게 혼났습니다.


이게 변명을 하자면 첫 번째 사이트는 주변에 취락지구가 있어서 어찌어찌 거래사례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사이트는 일대가 전부 보전녹지지역인데 본건은 자연녹지지역에 소재하고 있어서 인근에 거래사례가 드물었습니다.


본건은 해안 도로가에 바로 붙어 있으니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것이 맞긴 한데, 내륙 쪽에 낮은 거래사례들만 보일 뿐 해안도로변 거래사례를 못 찾겠더라구요.

내륙 쪽 거래사례들을 써서 억지로 요인치를 만들어 내며 여러 차례 평가서를 수정해서 보여 드렸는데도 이사님의 마음에 드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몇 번이나 초안을 들고 갔는데도 감을 잡고 있지 못하니, 이사님께서 한숨을 내쉬더니 순식간에 거래사례들을 찾아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사님은 저 혼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려던 게 아니셨을까요?

단순히 귀찮으셨던 걸 수도 있지만요.


이사님께선 거래사례들을 찾아주고 난 후 퇴근하셨고, 저는 또 자정이 넘도록 평가서를 뜯어고쳐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이것만 붙들고 있었으니 그동안 밀린 다른 건들도 챙겨야만 했구요.

졸린 눈을 비비며 최대한 평가서를 작성해놓다가 눈앞이 핑글핑글 돌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 시간에 퇴근했습니다.


급하게 처리한 평가서에는 실수가 남습니다

다음날에도 새벽에 출근해 막바지 작업을 하고, 느지막이 출근하신 이사님께 최종 버전을 보여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어제 졸린 눈을 비비며 여러 번 수정을 반복한 탓인지 중간중간 오타나 자잘한 실수들이 많더라구요.

하필 또 도면 작업한 직원분도 실수를 많이 하셔서 그 몫까지 더 혼났습니다.


해당 건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 모 은행 건이었습니다.

해당 은행은 평가하는 과정에서 요구하는 기준들도 깐깐하고, 평가서상 잘못된 부분들을 다 체크하고 분기별로 각 평가 법인들의 성적을 매겨서 의뢰 기준에 반영합니다.

그러니 해당 은행을 담당하는 이사님께서는 평가서상 작은 실수만 있어도 타격이 큽니다.


처리자가 실수했을 때 더더욱 언짢으실 수 있지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며칠 동안 가족 얼굴도 제대로 못 보며 새벽에 출근하고 자정이 지나 퇴근하며 일하고 있는데, 이사님으로부터 계속 혼나기만 하니 너무 서럽더라구요.


저도 한 번에 하나씩만 하면 실수를 안 하죠.

지금 들고 있는 평가서도 여러 개인데, 갑자기 이거 먼저 해달라고 하시고.

이틀 만에 나가야 하는데 심지어 제주도 건이고.


그래도 제가 어떻게든 시간에 맞추도록 끼니도 걸러가며 혼자 밤늦게 계속 야근하고 있는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꾸욱 참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수습감정평가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보다 정확한 판단입니다

이 글을 쓰며 다시 한번 당시의 평가서를 보다 보니, 지금의 저야 이런 것쯤은 어렵지 않게 뚝딱 작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되어서 개별요인치 감조차 없는 수습이 하기에는 너무 낯선 지역에, 어려운 물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사님께서 할 수 있겠냐고 물어봤을 때 “지금 평가서 배정받은 게 너무 많습니다”, “시간이 촉박한데 모 은행 건이어서 실수할까 걱정됩니다”라고만 솔직히 말씀드렸어도 이사님이 다른 직원에게 배정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게 이사님에게도, 저 자신에게도 바람직한 길이었을 텐데 말이죠.


다시 생각해 보면 제 자신에 대한 과신과, 더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욕심과, 빨리 성장해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피할 수 있는 고생을 괜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감정평가사 현업에서는 무조건 많은 일을 맡는 것만이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특히 감정평가사 수습 시기에는 자신의 업무량과 현재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고, 필요한 경우 솔직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태도도 중요합니다.

감정평가서 작성은 책임이 따르는 일이고, 작은 오타나 사소한 실수도 의뢰처와 법인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수습감정평가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해보겠다는 의욕만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하는 현실적인 판단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위 칼럼은 외부 필진 개인의 의견으로서 랜드잇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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