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사 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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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감정평가사가 되기 전 대기업에서 3년, 공기업에서 6년간 근무했습니다. 두 조직 모두 ‘이직’을 경험한 구성원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한 가지 업무를 수십 년간 이어 온 분들이 많았고, 당시에는 저 역시 자연스럽게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제 이직 경험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전 직장과 현재 직장의 차이를 묻는 경우도 자주 있었지요. 그만큼 당시에는 이직 자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다소 낯선 경험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감정평가사가 된 이후에는 예상보다 훨씬 자주 ‘이직’이라는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수습을 받았던 곳에서 지금까지 계속 근무하고 있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이직 제안을 받기도 했습니다. 동기들을 살펴보면 저처럼 수습받은 곳에 계속 남아 있는 경우가 오히려 소수이고, 절반 이상은 이미 한 번 이상 직장을 옮겼습니다.
이처럼 감정평가 업계에서 이직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납니다. 이번 글에서는 감정평가사들이 얼마나 자주 이직하는지, 주로 어디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이유로 이직을 선택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감정평가사의 이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다만 회원 수첩에 기재된 대형 법인 본사 평가사들의 기수별 인원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그 빈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형 법인 본사에서는 일반적으로 매년 5명에서 10명가량의 수습평가사를 선발합니다. 만약 이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면 기수마다 비슷한 인원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회원 수첩을 확인해 보면 저연차 소속평가사부터 이미 그보다 훨씬 적은 인원만 남아 있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한 기수에 1~2명 정도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예 소속 인원이 없는 기수도 적지 않습니다.
이를 토대로 보면 대형 법인 본사 13곳에서만 매년 수십 명이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한 평가사님이 개인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대형 법인 본사 13곳을 떠난 인원이 약 50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여기에 대형 법인의 지사와 중소형 법인에서 이동하는 인원까지 포함하고, 한 사람이 여러 차례 이직하는 사례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 전체의 이직 건수는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연차가 높은 평가사들이 법인을 떠나 개인 사무소를 개설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주로 협회나 법원에서 배정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인데, 이러한 선택은 일반적인 이직보다는 은퇴 이후의 활동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최근에는 젊은 저연차 평가사들의 이동이 확실히 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이 부분 역시 정확한 통계자료가 공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주변 사례와 업계에서 오가는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감정평가사들의 주요 이동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른 감정평가법인
대형 법인 본사에서 지사나 중소형 법인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단순히 소속평가사 신분으로 회사를 옮기기도 하고, 출자 기회를 보장받아 소속평가사에서 이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연봉과 근무시간을 매우 낮게 정한 뒤 다른 일을 준비하기 위한 과도기적 수단으로 법인 소속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소형 법인 또는 지사 개설
뜻이 맞는 평가사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중소형 법인을 설립하기도 합니다. 기존 중소형 법인으로부터 지사 운영권을 받아 독립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개인 감정평가사무소 개설
개인 사무소를 직접 운영하는 선택지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로 연차가 높은 평가사들이 은퇴를 앞두고 선택하는 방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젊은 평가사들이 비교적 이른 시기에 사무소를 여는 사례도 크게 늘었습니다.
은행·증권사 등 금융권
금융권에서는 감정평가사 자격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가 꾸준합니다. 주로 전문계약직으로 채용되지만, 나이가 어린 평가사의 경우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에서도 감정평가사 자격을 갖춘 경력직을 매년 채용하고 있어 주요 이직 경로 중 하나로 꼽힙니다.
감정평가와 무관한 분야
감정평가 업계를 완전히 떠나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정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법인과 형식적인 소속 계약을 맺은 상태에서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사례가 비교적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가장 궁금한 부분일 것입니다. 실제로 이직을 경험한 주변 평가사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개인마다 사정은 달랐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구성원 사이의 갈등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조직에서는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인간관계 문제로 이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가장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적인 회사는 수직적인 조직 구조가 기본이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감정평가 업계에서는 일정한 연차가 지나면 결국 모두 같은 감정평가사라는 인식이 강해집니다. 대표이사 역시 같은 자격을 가진 동료 평가사라는 점에서 의견이나 불만이 보다 직접적으로 표출되기 쉽고, 그만큼 관계 갈등도 커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삼성전자 직원들이 이재용 회장님에게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우리 업계 내에서는 대표이사도 내 옆자리에 앉아 있는 똑같은 감정평가사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 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용이한 것 같습니다.
영업에 대한 부담
이사로부터 직접적인 영업 압박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명시적인 압박이 없더라도 인센티브 없이 기본급만 계속 받다 보면 급여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싶어도 기존의 주요 거래처를 이사들이 이미 확보하고 있다면 새로운 거래처를 개척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가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조직의 불투명한 미래
여전히 많은 감정평가사에게 법인 출자는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러나 현재 조직에서 자신에게 출자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 다른 법인으로 이동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출자 제안을 받았더라도 요구되는 출자금이 지나치게 크거나, 투자금에 비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이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워라밸을 위한 선택
대형 법인 소속으로 근무하면 업무량이 많아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급여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업무량과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평가사도 있습니다.
감정평가 업계에 대한 실망
실제 업무 내용이나 급여 수준이 수험생 시절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실과 기대의 차이가 크면 감정평가사라는 직업 자체를 내려놓고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기도 합니다.
각자의 구체적인 사정은 다르지만, 큰 틀에서 보면 감정평가사들이 이직하는 이유도 일반 직장인이 회사를 옮기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일반 회사원은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현재의 불만을 감수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감정평가사는 전문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이직을 결정하기가 수월한 편입니다.
근무 중 어떤 불만을 겪더라도 ‘감정평가사’라는 자격이 경력과 소득의 든든한 하한선이 되어 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는 감정평가사들이 필요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위 칼럼은 외부 필진의 개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랜드잇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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